2018.06.27 김이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수많은 조작장치를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켜고 끄며 항상 주변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만약 한계치까지 자신과 차를 몰아붙이며 달리는 레이스 중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두 손으로 운전대와 변속 레버를 잡고, 두 발로 페달을 끊임없이 조작해야 한다.
그런데 손발이 열 개여도 모자랄 레이스 트랙 주행을 단 두 손으로 해치우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최강의 아메리칸 슈퍼카로 꼽히는 포드 GT를 타고 말이다. 덴마크 레이싱 드라이버 제이슨 와트(Jason Watt)의 이야기다.
제이슨 와트는 레이싱 카트로 시작해 포뮬러 포드, 포뮬러 3 등 90년대 초 다양한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한 레이싱 유망주였다. 그는 미래에 F1 드라이버가 된 후안 파블로 몬토야, 얀 마그누센 등 당대의 젊은 레이서들과 경합하며 성장했다.
'꿈의 무대'였던 F1 입성을 눈앞에 둔 그의 발목을 잡은 건 교통사고였다. 1999년 오프-시즌 기간 중 바이크 사고를 당한 그는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레이서로선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비극적인 은퇴를 예상했다.
하지만 와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피나는 재활 노력 끝에 2002년 덴마크 투어링 카 챔피언십(DTCC)에 컴백한 그는 두 다리 대신 두 손으로 운전을 하기에 이른다. 장애인용 특수 운전장치를 설치하고 레이스에 나선 것.
컴백 첫 해, 장애가 무색할 정도의 활약으로 시즌 종합 챔피언으로 등극한 와트는 이후에도 모터스포츠 커리어를 쌓아 나간다. DTCC의 여러 팀에서 경기에 참여했으며, 2009년부터는 아예 자신의 팀을 설립해 DTCC 외에도 WTCC 대회에 참가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갔다.
2012년부터는 아프간 전쟁 상이군인으로 구성된 팀 운디드 레이싱(Team Wounded Racing)의 매니저로서 장애가 있는 레이서들을 지도하고 그들의 재활을 위한 자선사업에도 적극 참여 중이다.
제이슨 와트는 포드 GT의 열성 팬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1세대 포드 GT 로드카를 소장하고 있으며, 올해는 신형 포드 GT 역시 구입했다. 그는 유럽에서 가장 빨리 신형 포드 GT를 수령한 고객이기도 한데, 그의 차는 특수 운전장치를 장착해 두 손으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조작까지 모두 가능한 게 특징이다.
와트는 신형 포드 GT에 클래식 GT40의 걸프 레이싱 리버리를 주문했으나, 최근에는 녹색 컬러의 Jyske Bank 리버리로 랩핑을 진행했다. 그의 자선 사업을 후원하는 은행 스폰서의 로고라고. 또 평소 타고 다니는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루프탑 캐리어도 부착했다.
와트는 포드 GT를 두 번이나 선택한 이유를 "모터스포츠에 기반을 둔 슈퍼카가 내게 더 특별하고 영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까다로운 구입 절차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포드 GT만의 독특한 모터스포츠 헤리티지가 불굴의 레이서인 그에게 매력적으로 와 닿는 것.
슈퍼카에 휠체어가 실려있는 이색적인 모습은 멀리서도 그의 차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한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뛰어난 운전실력을 지닌 그는 647마력의 미드십 슈퍼카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제이슨 와트가 자신의 포드 GT를 운전하는 모습은 유튜브 등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비록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르는 선수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 와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